소설
트로피컬 나이트 - 조예은


2025.06.02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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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여름 밤의 젤리소다맛 괴담집

분명 도서소개에는 괴담 단편이라고했지만 읽어보면 SF의 권위자 쪽이 좀더 맞는 말 같음.... 어떻게 이렇게 소프트 SF를 잘쓰실까... 리디 리뷰 중엔 뭘 하고싶은지 모르겠고 두서도 없다는 평가를 주는 사람도 있던데, 난 그게 이 단편집의 매력이라고 생각해... 작가의 포트폴리오 발간 같은 느낌을 받긴 했는데, 그래서 이 작가가 공통적으로 어떤 소재를 좋아하고 쓰고싶어 하는건지 약간은 알 것 같달까... 작가와 같은걸 좋아하는 사람은 다른 작품도 찾아읽어보고 싶겠죠 그게 저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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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와 석류
진짜 좋아하는 소재와 좋아하는 묘사들이 가득했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석류가 진짜 귀여웠고 난 이런 남자애 있으면 집에 들여서 키울듯... 아기새같다는 묘사나 무덤 안에서 꺼내달라고 팔을 뻗는 장면이나 정말 아기같아서 너무 귀여웠음... 장편소설로 나와도 좋았을텐데 단편으로 끝난건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나가기도 좋았을텐데 왜 장편이 아닌거지?? 석류를 집에 들이고나서 벌어지는 사건 두세개와 결국 석류와 어떤 관계가 되었는지, 주인공은 어떻게 되었는지 구성하면 완전 장편 플롯일텐데 작가도 나름의 고충이 있었겠죠...

릴리의 손
읽고나서 앞으로 한번 더 돌아가 읽게만드는 소설은 정말 재밌는 소설이라고 생각하는데 릴리의 손이 내게 그랬다... 처음으로 틈에 떨어졌던 인간의 이름이 우연히도 연주인건 사실 그게 릴리였던거겠지 거대하게 이어진 무언가의 연쇄같은거겠지 이런 SF적인 부분이 상상력을 자극해서 좋았던것같아...

새해엔 쿠스쿠스
따뜻하고 벅찬 이야기였던듯...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시기 질투가 감성을 진짜 계속 자극함... 엄마와 유리의 관계가 그랬고 연우와 유리의 관계도 그랬음... 이런걸로 울어!! 하고 말하면 엉... 하고 울어버리고 만다... 제일 좋아하는 대사는 역시 이거겠죠

쿠스쿠스. 내가 먼저 먹었어.
별로 맛은 없다. 밍밍해.
너도 먹으러 올래?
응. 갈게.


그냥 단순히 먹고싶었던 음식을 먹으러오라는 권유보다 더 깊은 의미가 있는거겠지... 먼저 걸어보니 별거 아니더라. 너도 그렇게 살지 않아도 괜찮아. 같이 갈래? 정도의 의미가 아니었을까. 두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가장 작은 신
뭘 깊게 생각하지 않아도 재밌는 단편이었음. 소재나 전개, 인물의 대사가 유독 이 단편집 안에서도 툭 튀었는데 그부분이 색다르게 재밌었다.
다만 어차피 삶은 계속될 테고, 그 사실이 버틸 만하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119는 직접 가지 않아도 신고가 가능하더라.
이 두 문장이 진짜 많은 생각이 들게 만들었어... 열심히 살자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단편이라면 좋은 이야기인거겠죠...

푸른 머리칼의 살인마
..........단편집 내에서 최애를 꼽으라면 전 역시 이 단편임...
분위기는 말할것도 없이 살기위해 살인마가 되어 문을 넘나들고 헤메는 블루, 태어난 자신을 질투하여 저주하지만 결국 끝에는 썸머와 다시 만나게되는 이 이야기가....................... 세세한 오브젝트나 계절 설정도 이미지적으로 아름다웠고 블루와 썸머의 시점을 번갈아가며 보여주는게 다른 사건이 없어도 분위기를 고조시켜서 즐겁게 읽은듯... 블루는 어디에나 있다... 에브리띵 에브리웨어 올 앳 블루... 진짜 개 아름다운 이야기여서 나는 이 안에서 하나 누군가한테 추천해줄 수 있다고 하면 망설임없이 이걸 추천해줄듯...

블루는 언젠가, 다정한 이와 함께 꾸몄던 트리를 닮은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았다. 잠이 쏟아졌다. 저 꼭대기에 별이 달려 있다면 참 좋을 텐데.
(중략)
블루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었지만,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표정과 목에 걸린 낡은 목걸이는 분명 본 적이 있다고 생각했다.
(중략)
누군가의 얼굴, 사슴과 눈사람, 그리고 빛이 바랠 대로 바랜 노란 별. 남자가 말했다.
"당신을 계속 찾아다녔어. 아주 오랫동안."
(중략)
맞아 난 한때 이런 기억들로 살았다. 나를 이루고 나를 움직이게 만들던 시간들이 있었지. 스스로를 되찾은 블루는 너무 오래 부르지 못해 입 안에 갇혀버린 이름을 비로소 떠올렸다. 블루는 마지막 남은 온 힘을 다해, 세월의 먼지를 털어낸 그 이름을 소리 내어 불러보았다.
"오랜만이야, 썸머"


두사람은 이 순간을 마지막으로 삶을 마감하겠죠... 하지만 행복하겠지...(날 두고 행복하지마 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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